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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물방울의 노래

▣ 좋은 글 ▪ 사진 ▪ 음악/♠ 좋은 글

by 金相烈 2013. 4. 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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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노래

 

 

나 천상의 옥황상제와 더불어

雨師 雲師 風師와 노닐다가

드디어 지상에 강림하였노라

 

아침 이슬 영롱한 심산유곡의

풀잎에 깃들어

그윽한 산자락 청류수 계곡에서

노닐던

꿈 같은 시절도 있었노라

 

돌돌돌 구르는 운명으로 태어나

흘러 온 내력을 어찌 다 말로 하리

골짜기 돈사장의 구린내도 맡고

잉어사육장의 비린내도 풍기다가

땜의 수위조절에 떠밀려

참을 수 없는 구역질과 악취 풍기는

한강물따라 어느 취수장에 당도하였노라

 

정수장의 황산알루미늄과 한 조가 되어

수도관을 따라 나섰건만

어느 누구도 우리 알몸을 거부하고

다시 정류기 휠터에 걸러지는

아픔까지 겪었네

 

마침내 식도를 따라 오장육부에 머물다가

똥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오랜 세월을 정화조에 갇힌 몸 되었다가

빠져 나온 곳 시궁창이었네

 

아! 기막인 운명의 순간들이여

내 순결이 이토록 짓밟히는구나

 

물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바다

출렁이는 바다로 가 보았으나

핵 폐기물 검은 바다로 덮고

유조선의 기름띠가 숨통을 조이는 구나

 

가자

다시 천상의 나라로

나 이제 가면 두 번 다시 지상엔

오지 않으리

 

- 강진원 시집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리라" 에서 -

 

출처 : KORAIL 중리역
글쓴이 : 중리역친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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