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철학
1. 먼저 "똥"을 제대로 인식할려면 우리는 인간이라고 하는 전체의 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똥이라고 하는 문제가 똥이라고 하는 우리몸의 부분적 현상일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몸을 가진 유기체는 유한한 시스템의 계(界, field)입니다. 따라서 모든 유기체는 살고(生) 죽을(滅) 수밖에 없는 유한한 장입니다. 이 유기체가 기능을 존속하기위해서는 流入(input)과 流出(output)이라는 에너지의 전환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이 몸이라는 것은 바로 이 인푸트와 아웃푸트의 매카니즘 체계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몸이란 들어가는것과 나가는것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가운데 그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2. "莊子" '齊物論'인가 하는 편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艾)라고 하는 어떤 변방에 이쁜 촌색씨가 있었는데, 이 색씨가 시집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했습니다. 시집가면 시어머니 등쌀에 못 견딜것 같고, 죽도록 일해야 할 것 같고, 남편이 구박할 것같고, 애 낳기도 무섭고..... 그런데 결국 이 색씨는 시집을 갔습니다. 그랬더니 남편과의 사랑도 달콤했고, 시아버님도 너무너무 잘 해주시고, 귀가댁이래서 하인들이 떠 받들어 진수성찬 대접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대령해 주고, 너무너무도 사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도 가기싫던 시집살이가 가보니 너무너무 좋더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장자는 이런 이야기를 인간의 삶과 죽음에 비유했습니다. 인간은 살면서 죽기를 두려워합니다. 죽기를 싫어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죽기가 죽도록 싫은거지요. 그런데 장자의 이 알레고리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말한다. 죽어보니 좋더라! 시집가보니 좋더라! 뒈져보니 좋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자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고가 너무도 一面的이라는 것입니다. 삶만 알고 죽음은 모르고, 먹는 것은 알고 싸는 것은 !
모른단 말이에요. 인간이란 존재는 반드시 삶과 죽음, 먹음과 쌈, 인푸트와 아웃푸트 이 양면을 동시에 생각할 줄 알때 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3. 자아! 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인푸트 못지않은 아웃푸트의 중요성입니다. 인체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입니다. 인풋이란 아웃풋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몸의 행위입니다. 食이란 반드시 便을 전제로 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즉 나가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들어오는 것을 해라! 즉 싸는 것을 기준으로해서 먹는 것을 생각해라! 이겁니다. 즉 잘 싸는 것만큼만 잘 먹어라!
4. 우리가 벌써 해방 50년이 넘었습니다만, 과거엔 우리가 참 어렵게 살았어요. 그땐 정말 쌀게 없었지요. 그저 먹을 수 있다는 것만고마웠고, 어떻게 먹느냐? "밥" 아니면 죽음이다. 그저 먹는 것만 생각했지요. 그러나 어차피 세상이 변했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글쎄 이 대한민국이 먹는 문제에 관한한 이미 풍요의 나라가 되어 버렸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못먹던 시절의 타성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에 대한 것도 우리 생각이 바뀌어야 해요. 먹는게 문제가 아니라 싸는게 문제다 이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싸는것"을 생각해야한다 이겁니다. 우리가 흔히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입에서 군침이 도는 것을 말하지요. 식욕이 펄펄 나는것을 말하지요. 마찬가지로 맛있게 싼다는 것은 똥구멍에서 군침이 살살 도는 것을 말하지요. 똥욕이 펄펄 난다 이겁니다.
5. 이제 우리는 맛있는 밥만 생각하지말고 맛있는 똥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밥"은 문명의 산물입니다. "밥"은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꾸밀 수가 있어요. 그런데 똥은 자연의 산물입니다. "자연"(自然)의 특징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이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똥은 내몸의 지아이트랙(G. I. Track)이라고 하는 기나긴 위장관의 자연을 통과하면서 형성된 사물입니다. 한마디로 똥은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것을 먹는데 따라서 결정되며, 기나긴 대장에 서식하고 있는 곰팡이의 사회군(bacteria flora)의 구조와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6. 내가 무얼 먹었는가? 내가 무엇을 했는가? 내가 내몸에 나쁜 짓을 하면 우선 똥부터 나뻐집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대강 우리 몸의 윗쪽입니다. 아랫쪽은 오히려 거짓말을 안해요. 내 머리는 거짓말을 꾸며될 수 있으니까그것은 비도덕적일 수 있지만, 똥은 오히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놈이니까 도덕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우리몸의 굉장히 중요한 원리를 구성하는데 그것이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상초(上焦)와 하초(下焦)의 원리이고, 철학적으로 말하면, 형이상학(形而上學)과 형이하학(形而下學)의 원리를 구성합니다. 그렇지만 하초는 상초에 영향을 주고, 상초는 또 하초에 영향을 주며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너무 엄중한 철학적 문제임으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합니다.
7. 배가 고플때는 많게 먹고 배가 부를 때는 적게 먹는 것,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하니까항상 알맞게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들은 아주 단순한 문제이지만 인생을 살아 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中庸)에 있어서는 항상 목적성과 표준(criteria)이 전개과정 자체에 내재해 있습니다. 즉 이러한 사고방식은 모든 리듬(up and down)에 내재하는 평형(equilibrium)을 중시합니다. 반면에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할때, 사법시험이라는 목적이 여기 내 인생 밖에 뚜렷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향해 매진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직선(linear)으로 나아갑니다. 직선에 있어서는 목적성이 항상 초월(transcendence)해 있어서 그곳을 향해서 달려가는 묵시록적(apocalyptic) 역사관을 낳게 되며, 그런 묵시록적 역사에는 종말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8. 지금까지는 인류가 특히 헤브라이즘에 근원한 서양의 사람들은 이 내재성(immanence)을 목표로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초월적인 목표는 항상 저 밖에서 빛나는 태양처럼 잘 보입니다. 만인 위에 하나님이 우뚝 솟아 계셔서 본을 보이고 우리에게 하나님을 따를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찬란하여 실천하기도 쉬워요.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은 매우 시시한 것 같이 보이지만 더 없이 중요한 것이고, 살다보면 초월성(transcendence)보다 내재성(immanence)이 훨씬 더 어렵고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됩니다.
9. 아침에 똥이 기분좋게 싹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그 전날 하루를 정말 완벽하게 살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전날까지 아무렇게나 산 사람은 똥을 쑤욱하고 맛있게 쌀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아침에 똥이 나오는 형태를 보면 깨질깨질 빠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딱딱하게 변비가 되어 토끼똥처럼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딱딱하다가 픽 물러지기도 하고, 아주 개판이거든요. 금색처럼 누리끼리한 똥이 흰 떡가래처럼 쫘악 빠지다가 끝에 가서는 밑을 닦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삭 빠지는 것이 최고의 똥입니다. 그런데 이 똥을 완벽하게 누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간 빠지지 않고 절깐이나 교회에 나가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절깐이나 교회라는 목표가 내 삶의 밖에 명백하게 있으므로, 의지만 있으면 실현이 됩니다. 그런데 10년동안 완벽하게 똥을 누었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앞에 가서는 절해야 합니다. 그 사람 얼굴은 광채가 안 날수가 없어요.
10. "나는 노벨상을 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라고 하면 찬란하지만, 똥을 완벽히 누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하면 찬란함이 없습니다. 미적지근하고 보이지 않으며 어디에 가서 숨어있는지 잘 모릅니다. 일상생활에 내재해 있으면서도 그 도를 찾기가 어렵지요. 한번 잘 생각해 보십시오. 역사의 목표는 묵시록적 휴거가 아니라 그 역사가 끊임없이 똥을 잘 싸는 것이 아닐까요?
- 단비님의 글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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